술과 사회적 변화 : 과거와 현재 술 문화의 차이점

---

서론 : 술은 시대를 비추는 사회의 거울이다

술은 단순한 기호식품을 넘어, 사회의 구조와 문화를 반영하는 ‘거울’ 역할을 해왔습니다. 역사적으로 술은 공동체를 결속시키는 매개체이자 권력과 신분의 상징으로 활용되어 왔으며, 인간의 삶에서 기쁨과 슬픔, 축하와 애도를 표현하는 상징적 행위로 자리해 왔습니다. 그러나 산업화, 도시화, 디지털화가 진행되며 사회 전반의 가치관과 생활 방식이 변화하였고, 술 문화도 이에 따라 다층적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과거의 술이 집단 중심, 위계 구조, 남성 중심이라는 프레임 안에 있었다면, 현대의 술 문화는 개인 중심, 평등성, 건강한 선택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과거와 현재의 술 문화를 비교하며, 시대 변화가 음주 방식과 인식에 어떤 영향을 미쳐왔는지를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고찰합니다.

공동체 중심에서 개인 중심으로 : 음주의 사회적 맥락 변화

전통 사회에서 술은 공동체 유대의 핵심 도구였습니다. 제례, 결혼, 환갑잔치 등 모든 중요한 의례에는 반드시 술이 수반되었으며, 이를 통해 사람들은 조상과 신, 공동체와의 연대감을 확인했습니다. 조선 시대의 경우, 가부장적 질서 속에서 술은 집안의 장유질서를 상징하는 수단이었고, 술을 따르고 받는 예절에는 사회적 위계와 가치관이 반영되어 있었습니다. 회식이나 명절 음주는 단순한 술자리를 넘어 집단 정체성을 강화하는 의식적 행동이었습니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 음주는 개인적 선택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변화했습니다. ‘혼술’, ‘홈술’, ‘무알콜 술’과 같은 트렌드는 자기만의 속도와 감성에 맞추는 음주 방식의 확산을 보여줍니다. 사회가 점점 개인주의화 되며, 술을 통해 타인과 관계 맺기보다는 오히려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러한 변화는 더욱 가속화되어, 집에서 자신이 선택한 술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즐기는 문화가 일상화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라이프스타일의 변화가 아니라, 집단보다 개인의 경험을 중시하는 현대인의 삶의 태도가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위계적 권위에서 민주적 소비로 : 술과 신분의 해체

과거에는 술이 명백한 계층 구분의 도구로 기능했습니다. 고급 와인, 위스키, 청주와 같은 술은 귀족이나 양반 등 상류층만이 향유할 수 있었으며, 서민들은 탁주나 막걸리 등 비교적 값싼 술에 의존해야 했습니다. 심지어 술자리를 통해 누가 먼저 잔을 따르고 마시는지가 위계를 나타내는 상징적 행위로 작용하였습니다. 이러한 구분은 음주 문화에서도 상하 관계를 내재화하고, 특정 계층의 문화를 술로 지속시켰습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이러한 위계는 점차 해체되고 있습니다. 다양한 가격대의 수입 맥주와 와인이 대형 마트와 편의점에서 누구에게나 쉽게 접근 가능해졌고, 크래프트 술 문화의 확산은 대중이 직접 술을 선택하고 평가하는 권리를 행사하게 했습니다. SNS의 등장 또한 술에 대한 정보 접근성을 높이고 소비의 민주화를 촉진했습니다. 예컨대,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칵테일이나 수제 맥주는 브랜드나 가격이 아닌 경험과 취향의 공유를 중시하는 MZ세대의 소비 성향을 반영합니다. 이는 술이 더 이상 상징 자본이 아닌, 라이프스타일의 일부로 흡수되었음을 뜻합니다.

남성 중심에서 성 중립적 문화로 : 성 감수성의 변화

전통적인 술 문화는 대부분 남성 중심적 구조로 운영되어 왔습니다. 한국 사회에서도 한동안 ‘술은 남자의 문화’라는 고정관념이 강하게 작용했으며, 여성의 음주는 비정상적이거나 은밀하게 받아들여지기도 했습니다. 또한 기업 문화에서는 술자리가 업무 평가와 인맥 관리의 도구로 기능하며, 상명하복식 관계를 재확인하는 수단이 되었습니다. 특히 회식 문화는 남성 중심의 조직문화를 강화하고, 여성에게는 배제와 불편함의 공간이 되곤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문화에 대한 반성이 활발히 이루어지며 성 중립적인 음주 문화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여성의 음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했으며, 여성 전용 펍이나 논알코올 칵테일 전문점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술을 마시지 않을 권리’, ‘음주 강요 금지’라는 개념이 보편화되며, 회식 문화 자체가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친 성 감수성의 향상을 보여주는 지표이며, 술 문화가 더 평등하고 다양성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뜻합니다.

책임 있는 소비로 전환 : 제도, 윤리, 환경까지 아우르다

과거에는 음주로 인한 사회 문제에 대한 인식이 낮았고, 음주 운전이나 폭력 등의 문제도 비교적 관대하게 여겨지곤 했습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술로 인한 사회적 비용—예를 들어, 범죄, 중독, 공공 안전 위협—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제도적·정책적 대응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예컨대, 한국은 ‘윤창호법’을 통해 음주 운전에 대한 법적 처벌을 대폭 강화하였으며, 청소년 대상의 술 광고에 대한 규제도 지속해서 확대되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음주와 관련된 윤리적 소비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ESG 경영을 실천하는 양조장들은 친환경 재료를 사용하거나 생산 과정의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기술을 도입하고 있으며, 일부 전통주는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핵심 가치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소비자 또한 이러한 가치에 공감하며, 단순히 맛과 가격을 넘어서 브랜드의 철학과 사회적 책임을 평가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술은 이제 단순히 마시는 대상이 아니라, 소비자 윤리와 환경 의식이 반영된 문화 소비재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결론 : 술 문화는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사회학적 지표이다

술은 시대마다 다른 의미를 가지며, 사회의 구조적 변화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왔습니다. 과거에는 공동체 중심, 위계적 질서, 남성 중심의 프레임 안에서 술 문화가 작동했다면, 현대에는 개인의 선택, 성 중립성, 책임 있는 소비라는 새로운 가치를 중심으로 음주 문화가 재편되고 있습니다. 이 변화는 단지 음주 방식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윤리적 기준, 관계의 형성 방식, 문화 소비의 지향점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거울입니다. 앞으로의 술 문화는 더 건강하고 포용적인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며, 우리는 이 변화 속에서 보다 성숙한 술 문화를 만들어가는 주체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한 잔의 술은 단지 향과 맛이 아닌,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의 감수성을 담고 있습니다.

---

술 한 잔, 사회를 읽는 문화적 선택
이제는 단순히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어떤 술을 어떻게 마시며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오늘의 음주 문화 속에서, 여러분은 어떤 가치를 선택하고 계신가요?
이제는 우리가 더 건강하고 윤리적인 술 문화를 함께 만들어갈 때입니다.